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유학장학생 지원 후기

29 Aug 2019

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유학장학생에 지원했다. 지원할 때 인터넷 후기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지원 과정을 글로 남긴다.

서류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비롯한 지원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어려웠던 관문인데, 잘하고 싶은 욕심과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충돌해서 도무지 시작할 수 없었다. 지원을 끊임없이 망설였고, 자기소개서의 첫 단어를 쓰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그렇게 망설이는 동안 서류 마감이 다가왔다. 결국 제출한 것은 만족스럽지 못한 자기소개서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인드로 일단 써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장학금 당락과 관계 없이 연구와 유학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든 유학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기 시험

필기 시험은 영어와 전공으로 나뉘어졌다. 재단 측에서 문제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면 안된다고 하셨기에,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유형이라도 대략 적어보려고 한다. 시험 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과목 시간
영어 I 13:20~14:05 (45분)
영어 II 14:15~14:45 (30분)
영어 III 15:00~15:15, 15:20~15:35 (각 15분)
전공 15:50~17:50 (120분)

시험을 본 사람들이 대비하기 어려운 시험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만약 다시 시험을 준비할 기회가 있다면, 거만어를 최대한 외우고, 손으로 토플 라이팅을 해보고, 컴퓨터구조, 시스템프로그래밍을 복습하고 갈 것 같다.

영어 I

GRE 느낌의 5지 선다 문제들이 60-70문제 나왔다. 첫 30 문제 정도는 단어 문제였다. 짧은 문장에서 빈 칸에 들어갈 단어 고르기, 밑줄 친 단어와 동일한 단어 고르기 같은 문제들이었다. 그후 30 문제 정도는 지문을 읽고 이해한 대로 문제를 푸는 시험이었다.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뒤의 일곱 문제 정도는 찍고 나왔다. GRE 시험을 본지 꽤 되어 거만어를 많이 잊어버린 상태였다. 시험 직전 한 주 동안 거만어 약간을 벼락치기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영어 II

어떤 정책을 짧게 설명하고 한국에서 해당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는지 쓰라는 문제가 나왔다. 논리와 문법, 단어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나와 있었다. 토플 라이팅 수준을 기대하시는 듯 했지만, 토플 라이팅과 다르게 키보드가 아닌 손으로 작성해야 했다.

영어 III

총기 규제에 대한 논문 두 쪽을 15분 동안 읽고 외워서, 15분 동안 요약하는 문제였다. 철학 논문이다보니 낯설고 어려웠다. 명확하게 총기 규제를 해야 한다는 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도 아니었다. 읽는 동안 한 번에 이해가 안 되어 숨이 막히는 듯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다시 읽으니 맥락이 조금씩 잡혔다. 나는 한 문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7-8 문장 정도 썼다.

전공: Computer Science

전공 시험은 전공 별로 시험지 개수나 유형이 달랐다. CS는 두 묶음의 시험지를 두 시간 동안 풀었다. 아마도 두 분의 교수님께서 각 시험지를 출제하신 듯 했다. 문제가 각각 7개 정도여서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낯선 개념을 다루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수업 PPT를 훑어보고 갔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문제 모두 단순 암기로 풀 수 없는 문제였다. 데이터베이스나 소프트웨어 개발론 문제도 있었는데, UML이나 소프트웨어 개발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답안지에 문제 번호조차 쓰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확신을 가지고 풀었던 문제는 컴퓨터 구조, 시스템 프로그래밍 문제였다. 확신을 가지고 푼 문제가 별로 없어서 좌절감을 느꼈다. 시험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면접

전공 시험을 망치고 기대를 반쯤 접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면접에 가기 전에 자기소개, 지원 동기, 유학 가고 싶은 이유, 가고 싶은 학교를 여러 번 말해보았다. 정장에 가까운 차림을 하고 오라고 하셔서 단정한 옷을 입고 재단으로 향했다.

면접은 전공 면접과 인성 면접으로 나누어졌다.

전공 면접

한 명 씩 들어가서 10-20 분 동안 면접을 봤다. 두 분의 EECS 교수님께서 날카롭게 질문하셨다. 다음과 같은 주제로 질문을 주셨다.

  1. 학점이 좋은데 쉬운 과목만 들은 것은 아닌가 (합격한 후에 들었는데, 학점 뿐 아니라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혹은 어떤 도전을 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한다.)
  2. Publication 내용 및 역할
  3. 유학 가고 싶은 이유
  4. 가고 싶은 대학

인성 면접

다섯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30 분 동안 면접을 봤다. 경영, 수학, 화학 등 다양한 전공이 섞여 있어서 각 분야의 관점들을 듣고 배울 수 있었다. 다섯 명이라서 전공 면접보다 말하는 시간이 적었다. 유학 결심 계기, 연구 성향, 장학금을 받은 이후 포부에 대해 물어보셨다. 지원서 내용에서 특이했던 점을 묻기도 하셨다.

합격

모든 과정에서 부족했는데, 해외유학후보장학생이 되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는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했다.

장학생이 되면 장학금 외에도 좋은 점이 정말 많다. 우선 재단에서 정성을 다해 유학 준비를 도와주신다. 재단 선배들의 SOP, 유학 수기를 열람할 수 있고, 리차드 그리버 교수님께 SOP를 첨삭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다른 장학생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유학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 지원을 망설이고 계신다면, 꼭 지원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