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ss-Korean Summer University

30 Aug 2018

스위스 HEIG-Vd에서 열린 하계 강좌에 3주 동안 참여하였다. 맑은 공기 마시며 강의를 듣고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다.

1. 강의

class

공간 효율적 자료구조를 가르치시는 사티 교수님

하계 강좌에 대한 기록이다보니 양질의 강의를 빼놓고 쓸 수가 없다. 서울대학교의 교수님 두 분, HEIG-Vd의 교수님 두 분께서 하나씩 강의를 맡아, 네 개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공간 효율적 자료구조, 현대 프로세서의 작동원리, 기계학습, 윤리적 해킹 개론 등 모든 강의들이 학교에서 다루지 않을 법한 새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들었다. 스위스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공간 효율적 자료구조 수업에서는 본래 기능을 유지하되 공간을 최소화하는 자료구조를 배웠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자료구조는 시간 복잡도에만 초점을 맞추었기에, 공간 복잡도라는 측면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윤리적 해킹 개론 수업에서는 보안을 뚫고 암호를 알아내는 과제를 했는데, 보안 쪽 지식이 부족해서 무력감을 느꼈다. 팀원이 과제를 끝까지 붙잡고 암호를 알아내는 것을 보면서 끈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2. 프로그램

cern
공식적으로 제공된 프로그램은 다채롭고 특별했다. 내 평생 CERN에 가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CERN 방문 외에도 방탈출, 보안 회사인 Kudelski 방문, Vevey 와인 시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준비된 일정도 즐거웠다. 스위스 학생들이 준비한 퐁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뤼에르에서 치즈를 사면 냄비까지 빌려줘서 학교 안에서 퐁듀를 해먹을 수 있었다. 치즈가 걸쭉하게 녹고 마늘 향이 나면, 바게트를 찍어 먹으면 됐다. 느끼해서 스위스인도 한 달에 두 번은 못 먹는다는 퐁듀이지만 내 입엔 잘 맞았다.
fondue


after_exam

시험이 끝나자 모두 신나서 저녁을 먹었다.

3. 생활

dorm

제공된 기숙사는 Fondation Maisons pour Etudiants Lausanne (FMEL)의 1인실이었는데, 위화감이 들 만큼 깨끗했다. 우리는 퇴실할 때가 되어서야 그렇게 깨끗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당연하게 돌려줄 것이라고 여겼던 보증금은 방 바닥의 먼지는 물론이고 화장실의 물기 약간에도 깎여나갔다. 보증금을 받기 위해 살았던 방을 살지 않았던 것처럼 쓸고 닦아야만 했다.

기숙사 0층에는 부엌이 있어서 제공된 조리 도구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식당은 전세계에서 제일 비싸며, 멀쩡한 식사를 먹으려면 기본 3만원이 든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식재료를 사와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소시지, 계란후라이, 볶음밥, 한국 라면 같은 걸 각자 만들어 나눠 먹는 게 하루를 마치는 재미가 되었다.

기숙사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와 가까웠던 점이다. 걸어서 15분이면 학교에 갈 수 있어서, 버스를 탈 필요가 없었다. 여러모로 지내기 편하고 아늑한 기숙사였다.

4. 여행

murren
first

스위스는 경이로운 자연을 가졌다. 하늘은 높고 맑았으며, 침엽수는 곧게 자라 있었다. 소의 워낭 소리가 울렸고, 산들바람에 들꽃이 흔들렸다. 짙푸른 밤하늘 위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여기서 평생 살고 싶다, 아니 여기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날이 생길 때마다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

fail 물론 망한 여행도 있었다. 리기 산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산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산인데, 우리가 갔을 때 안개랑 비가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보고 덜덜 떨면서 내려와야 했다.

plan 그렇지만 여행을 정리하고 또 행선지를 정하는 시간이 설렜다.

yverdon 스위스에서 지낸 3주가 꿈만 같고 소중하다. 수업과 기숙사, 식비, 항공권 등 물심양면으로 하계 강좌를 지원해주시고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